2부 : 퍼머컬처 적용하기
5. 퍼머컬처의 세번째 큰 원리 : 적절한 규모로 만들어라.
(퍼머컬처 원리 8 : 다기능을 갖추어라)
■ 퍼머컬처의 원리 8 : 다기능을 갖추어라.
무언가를 만들고 도입할 때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퍼머컬처의 8번째 원리 ‘모든 요소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게 하라’ 이다. 즉, 다기능이다. 연못은 물을 공급할 수 있고 물을 좋아하는 동식물을 키울 수 있으며 휴식을 즐길 수 있고 불이 나면 방화수가 된다. 어떤 것이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그 역할에 맞는 구조를 갖추어 만들면 연못을 많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하천의 작은 둑은 물막이의 기능을 하지만 하천을 건너는 길이 될 수 있고 화재를 막기도 하며 식물을 키우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퍼머컬처는 특히 식물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식물이 다양한 역할을 해주고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식물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① 바람막이
② 식량의 생산
③ 연료의 공급
④ 동물 먹이의 생산
⑤ 토양침식의 방지
⑥ 토양 질 개선 (유기물질의 생산하거나 질소고정)
⑦ 방화벽 (난연성 수목을 식재)
⑧ 구조물이 되거나 구조재의 생산
⑨ 야생동물의 서식처
⑩ 미기후의 조절
⑪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
그래서 바람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을 때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이 좋아하는 열매가 열리는 수종을 고르고 불쏘시개가 필요하면 잔가지가 많은 나무를 심고 수분을 위해 벌을 불러들여야 한다면 벌이 좋아하는 꽃이 피는 수종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이 방풍림은 바람도 막지만 다른 기능도 하게 된다. 퍼머컬처를 적용했다면 농장의 모든 것들이 적어도 2개 이상의 기능을 해야 한다.
생물자원이 다기능을 가지려면 동물과 식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정보가 어딘가에 모여있어 쉽게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조각난 정보를 모으거나 관찰을 통해 얻어야 한다. 동식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알고 있으면 요긴하다.
구분 |
유용한 정보 |
비고 |
형태 |
수명(다년, 일년), 습성(상록, 낙엽), 모양(교목, 관목, 넝쿨) |
|
내성 |
기후대(열대, 아열대, 온난, 건조), 햇빛 적응(음지, 양지) 서식지(습지, 건조지, 고도), 토양 조건(모래, 양토, 암석질) PH(산성, 염기성) |
|
용도 |
식용, 치료용, 사료, 토양개선과 토양보전, 섬유, 연료, 구조재 야생돌물의 서식처, 벌꿀의 먹이 |
|
동식물과 같은 생물자원뿐 아니라 창고, 온실, 축사 등의 구조물을 만들 때도 다기능을 넣어야 한다. 창고의 다락은 아이들의 아지트가 될 수 있고 온실의 볕이 잘 드는 구석을 꾸미면 멋진 서재가 되고 집에서 나오는 하수를 온실과 연결해 자연 하수처리장을 만들 수도 있다. 축사의 지붕에는 넝쿨성 작물이 자라게 할 수 있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한 가지 요소에, 작은 공간에도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 그만큼 규모는 작아지고 집약된다.
예전 강원도의 한 마을에서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누고 있었는데 주민들은 농기계 보관소를 원했고 담당 공무원은 체험장을 원했다. 소득시설을 해야 한다면 공무원은 농기계 보관소는 다른 지원사업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점차 분위기도 험악해지고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농기계 보관소는 겨울에 주로 쓰고 체험장은 여름에 주로 쓰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적절한 구조와 이동식 책걸상으로 한 건물에서 2가지를 다 충족하자고 제안하였고 그렇게 합의되었다. 퍼머컬처 원리도 보면 타임 스태킹이자 다기능인 셈이다. 방문객이 찾아오는 마을이나 농장의 식당은 부엌과 식사하는 곳을 소음이 차단될 수 있도록 분리하고 문도 따로 내는 것이 좋다. 그러면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식사하는 곳을 회의실이나 교육장, 체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골살이에서의 적용 Tips
① 맥가이버가 되어야 한다. 도시 생활은 편리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한다. 서울에 살았지만 어렸을 때 어머니는 재봉틀로 식구들 잠옷은 만들어 입혔고 대부분의 옷 수선도 해결했다. 아버지는 간단한 집수리, 전기배선을 하고 작은 가구는 만들어 쓰셨다. 할머니는 90세까지 사셨는데 70세가 넘어서도 닭장을 만들어 닭을 키우고 사과나무를 심어 가꾸었다. (서울 주택가에 닭장이라니 !) 요즘 도시에선 지갑에서 돈을 꺼내기만 하면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다. 멀리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고 출장 수리나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시골로 오기 전에 미리 맥가이버가 되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에게는 수리본능이 있어 이런 일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② 우선 집을 다기능으로 만들자. 농장의 다른 곳보다 우선 집부터 다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집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일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에 집을 짓거나 고칠 때 여러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부엌이 때로 식품가공 시험장이 되기도 한다. 잼을 만들고 병조림을 하고 각종 김치와 장아찌를 만든다. 아파트식 부엌은 이럴 때는 불편하다. 부엌에 달린 문을 나가면 작은 외부 부엌이 있는 것이 좋다. 이 외부 부엌은 마당에서 손님들과 식사를 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집의 남쪽 벽을 활용하여 온실을 만들면 좋다. 집 벽을 활용하기 때문에 돈이 덜 든다. 모종을 낼 수 있고 각종 채소를 겨울 동안 먹을 수 있다.
③ 내 것을 마을과 동네에 내어주자. 다기능을 사회적으로 풀어 쓰면 다른 말이 되는데 바로 공유이다. 내 것을 다른 사람이 여러 가지 용도로 쓰는 것이 공유이다. 시골살이에서는 필수적이다. 우리 동네 선배는 차를 공유한다. 트럭이 있는데 누구나 운전할 수 있는 보험을 들고 간혹 트럭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심지어 트럭이 오토매틱 기어다. 다른 선배는 읍내 가는 일을 공유한다. 읍내에 나가기 전에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필요한 것을 주문을 받아 심부름한다. 우리 옆 동네 청년은 농장의 입구에 벤치를 두었다. 지나다니시는 도로가 좁아 차를 피해 한숨 쉴만한 곳이 없어 할머니들이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쉬더란다. 거실이 술집이 되기도 하고 옆집 방이 내 손님방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동네 카페는 심야에 청년들의 클럽이 될 때도 있다. 이렇게 내 것을 내주면 남의 것도 내 것이 된다. 그런 곳이 시골이다. |
'임경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활권 중심의 지역사회 혁신체계 구축 (0) | 2020.06.01 |
---|---|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12) (0) | 2020.04.08 |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10) (0) | 2020.04.08 |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9) (0) | 2020.03.17 |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8) (0) | 2020.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