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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12)

2부 : 퍼머컬처 적용하기

 

5. 퍼머컬처의 세번째 큰 원리 : 적절한 규모로 만들어라.

(퍼머컬처 원리 9 : 중요한 기능은 중복하라)

 퍼머컬처의 원리 9 : 중요한 기능은 중복하라.

어렸을 때 봄 학기 시작되기 전 서울 종로의 백화점에 가서 1년 동안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곤 했다. 문제는 간혹 백화점 근처에서 선량한 학생의 돈을 뺏는 불량배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로에 나갈 때 돈을 여기저기 나누어 가지고 갔다. 되도록 지갑에는 조금 넣고 신발 안창, 허리띠 뒤, 가방의 깊숙한 주머니 등등. 그래야 지갑의 돈을 빼앗기고 몸수색을 당하더라도 돈을 지킬 수 있었다. 이렇게 하는 퍼머컬처의 원리가 ‘중요한 기능은 중복하라’이다.

적절한 규모에 다양한 요소를 집약하되 중요한 기능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여려가지 방편으로 이 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예측하지 못하는 재난을 막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농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의 공급, 즉 수자원의 확보이다. 대개 시골에서는 지하수를 활용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지하수 관정에서 오염물질이 섞여 나오면 난감해진다. 그래서 지하수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저수지, 연못, 수로를 만들고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도 모아 놓아야 한다.

에너지도 마찬가지이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한두 가지 자원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는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주변의 자원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나 가스 등 외부에서 사와야 하는 에너지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취사의 경우 장작 곤로를 쓸 수도 있고 분뇨를 발효하여 메탄가스를 만들어 쓸 수 있다. 시골살이에서는 난방은 주로 기름보일러이다. 단열이 부족한 집에선 기름 사용량이 만만치 않다. 단열에 대해서 충분히 보강하고 온수는 태양광 집열기를 연결하고 일부 공간에는 벽난로, 장작 난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보일러가 고장이 나거나 보일러 기름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중요한 기능을 중복하라는 원리는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과 같은 의미이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았다가 바구니가 쏟아지면 모든 계란이 다 깨지기게 된다. 계란은 나누어 담아야 한다.

시골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온돌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온돌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좋은 난방 시스템이다. 생활하는 공간에 열을 내는 장비가 있으면 실내의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환기가 필요한데 환기를 하면 열의 손실이 일어난다. 벽난로가 그러하다. 하지만 구들은 불을 때는 곳과 생활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고 구들장에 데워져 온기가 보전되며 취사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난방방식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아궁이의 열을 구들장에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연소가스를 배출하는 연도를 만드는 일에 상당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구들은 놓는다면 집의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이 질문에 가장 많은 답은 손님방이다. 왜 좋은 것을 손님 몫으로 하나. 가장 좋은 공간은 부엌이다. 부엌에 구들장을 놓고 바깥에 아궁이를 설치하여 연결하면 된다. 아궁이가 있는 공간은 처마를 내고 외부 부엌을 만들어도 좋다. 혹시라도 시골살이가 곤궁해지면 온 식구가 부엌에서 원룸처럼 생활하면 된다. TV와 컴퓨터를 옮기고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3~4개월을 사는 거다. 100~200만원은 넉넉히 절약된다. 봄이 오면 그 돈을 절약했다는 성취감에, 살을 부대낀 가족애로 다시 시골살이를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얻는다. 난방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구들로 중복적으로 대비하고 부엌에 다기능을 넣으니 불확실성에 대응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퍼머컬처 원리를 시골살이에 적용하면 된다.

시골살이에서의 적용 Tips

 

① 가장 중요한 건 식량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버는 것보다 덜 쓰는 것이 더 쉽다. 시골살이의 장점은 내가 필요한 것을 내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급을 위한 수단을 많이 만들어 중복하면 할수록 좋다. 식량이 우선이다. 자급할 규모의 논농사를 짓는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하지만 그럴 형펀이 되지 않는다면 대체할 다른 작목을 생산해야 한다. 보리와 밀과 같은 잡곡,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콩 등을 경작하면 좋다. 더 나아가 마당 한편, 1지구에 갖가지 과일나무를 1~2그루만 심으면 제철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돈 버는 농사만 생각하지 말고 먹는 농사를 꼭 지어야 한다.

 

② 생산-가공-판로를 다중으로 연결하라.

강원도의 한 마을은 감자가 주산물이다. 그런데 감자는 3년 이상 농사를 지으면 지력을 잃어 수확량이 떨어진다. 이 마을의 감자밭은 3년에 한 번씩 콩밭이 된다. 그래서 콩밭은 1년에 한 번씩 감자밭 사이로 옮겨 다닌다. 이 마을에는 감자 저온창고가 있고 메주 작업장이 있다. 감자와 콩의 윤작 시스템과 저온창고, 가공시설이 연결되어 있다. 감자나 콩의 시장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저장을 하거나 가공을 하여 대비할 수 있다. 팔아야 하는 농사를 한다면 작목에 최대한 다양성을 확보한 후 가공, 유통을 다양하게 연결하면 좋다. 즉 팔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중복시켜야 한다.

 

③ 다양한 활동과 모임에 참여하자.

유럽의 농촌을 공부한 전문가가 유럽의 농촌주민은 보통 30개가 넘는 지역조직에 가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시골에 사니 가입한 우리 동네 단체 SNS모임방만 10개가 넘는다. 경제활동을 도모하는 곳도 있고 취미생활이나 단순한 친목을 위한 모임도 있다. 가입한 협동조합도 10개 이상 된다. 그 속에서 동네 소식도 듣고 유용한 정보도 얻는다. 마음 따뜻한 친구들을 만나고 돈과 상관없이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도 한다. 동네의 다른 이들도 그러하니 이런 저런 모임에 같이 들어잇는 교집합이 많다. 마을살이는 그런 것이었다. 주민들과 일하면서 이런 법칙을 만들어냈다. ‘주민활동 축적 임계의 법칙’ 주민들의 교류와 활동이 일정한 임계점을 지나야 무슨 일이 비로서 시작된다. 시골살이에서는 사회적 관계를 중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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