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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 7

7. 시골에 농민만 살지 않는다.

단언컨대, 역사 이래로 시골에 농민만 살았던 적도 없었고 농민이 농사만 지었던 적도 없었다. 통계자료로 살펴보자, 일제강점기인 1930년 군지역의 15세부터 60세까지 인구는 10,699,342명이고 농수산 분야의 취업인구는 7,786,294명으로 취업인구가 모두 군지역에 산다고 가정한다면 군지역 인구의 72.8%가 농수산분야에서 일한 셈이다. 그때에도 농촌지역에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세상이 변하듯이 농촌도 많이 변했다. 2018년 읍면부의 15세부터 65세까지 인구는 6,531,074명이고 농림어업 종사자는 1,266,000명으로 농림어업 종사자가 모두 읍면부에 산다는 똑같은 가정을 하면 읍면부 인구의 19.4%만 농림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물론 1930년의 통계의 조사방법, 지표의 내용 등이 지금과 다른 것이 많아 두 시대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과거에도 농촌에 농민만 살았던 것이 아니고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 비하면 농사를 짓지 않는 농촌주민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민이 농사만 지었는지도 살펴보자. 통계청의 농림어업 취업자수에는 농사와 다른 일을 겸하고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그래서 농업계에서는 전업과 겸업을 구분한다. 1960년에는 2,329,128농가 중 1,706,423 농가가 전업농으로 73.2%를 차지했으나 2018년 전체농가 1.020,838가구 중 580,224가구가 전업농으로 그 비율은 56.8%로 줄었다. 겸업농가를 다시 농업수입이 상대적으로 많은 1종 겸업농가와 농업외 수입이 더 많은 2종 겸업농가로 구분하는데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1978년 전체농가 대비 2종 겸업농가의 비율은 14.3%이었으나 2018년 31.8%로 증가했다. 즉 농업을 주 생계수단으로 하지 않는, 농업을 부업으로 하는 농부들이 많아졌다. 연령별로 전겸업의 비율을 살펴보면 30세에서 59세까지의 젊은 농가에서 겸업 혹은 2종 겸업농의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왜 전업농이 점점 없어지는 것일까. 전업농을 하고 싶어도 그만한 경작지가 없는 것일까. 경작지를 확보할 만한 자본이 없는 것일까. 혹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더 중요한 이유는 전업농이 되어도 한 가정의 생계를 유지할만한 수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가의 농업소득을 도시근로자 가구와 비교하면 이를 추정할 수 있다. 30년전인 1988년 농가의 농업소득은 4,911.820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은 7,712,064원의 64.7%에 달했지만 2018년에는 농업소득은 12,920,000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64,821,768원의 19.9%에 지나지 않는다. 젊은 농부들의 겸업비율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실제로 농촌에서 농사로 돈을 벌어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2018년에 ‘청년 영농정착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달 80만원에서 100만원씩을 청년 농부 1,168명에게 지원했다. 이 지원금이 외제차 수리비, 백화점 명품구입, 고가의 가구와 가전제품 등 사용에 사용되어 취지에 어긋났고 도덕적 해이가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 뉴스에 대해 농촌 현장에서는 청년들이 농촌에서 농사를 짓도록 하려면 그래도 이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년 농부의 선발과 사용절차를 보완하여 이 정책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지원정책이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2017년 농가의 평균가계지출은 33,828,000원이고 지출이 가장 적은 2인 농가의 경우 29,717,000원이다. 2인 농가에는 고령 부부가 포함되어 있으니 청년 부부라면 더 많은 지출을 하겠지만 이 평균 지출액을 기준으로 해보자. 청년 농민 부부가 생활하는데 이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고 정부가 매달 100만원을 지원하면 지출 2,900만원에서 지원금 1,200만원을 뺀 남은 금액인 연간 1,700만원을 농사로 벌어야 한다. 이 금액을 농사로 벌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모의 경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2018년 농가경제통계에 의하면 1,5ha가 넘어야 한다. 그런데 최소 1.5ha(약 4,500평) 농지를 가지려면 가장 농지가격이 저렴한 전남의 평균 농지가(4만5천원/평)로 계산하면 약 2억원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넓은 땅을 부모로부터 물려받거나 2억원이 넘는 돈으로 농지를 구입한 청년들이어야 이 지원을 받고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즉, 지원금 몇 푼으로 농사로 생계를 이어갈 청년들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혹자는 농사로 생계를 유지할 수준이 안되더라도 농사에 열정이 있는 성실한 청년 농부를 잘 선정하면 장기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겠느냐 이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아동수당을 지급하면서 상위 10%를 제외하기 위해서 지원금의 반 이상을 행정비용으로 쓴 최근의 사례를 볼 때 ‘성실한 청년 농부’를 선정하기 위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적은 농사 규모에도 수익을 높이는 방법,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 농촌에서 돈을 덜 쓰는 방법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중의 하나는 농촌에서 부업을 하는 것이다. 논산시에서 정책보좌관으로 일할 때 경험이다. 논산시의 특화작목은 딸기이다. 딸기는 200평 하우스 한 동에서 대개 2,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하우스 5개 동을 만들면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고 반 정도는 남겠지, 약 천 평이 조금 넘는 밭을 사고 하우스 시설은 지원을 받는다면 적은 투자로 귀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하우스 5개 동의 딸기 수확철 3~4개월의 부부 합산 노동시간은 30시간을 훌쩍 넘어간다. 집안 살림도 망가지고 아이들을 돌보기도 어려워진다. 한 해 농사를 지은 부부는 대책을 세운다. 결론은 농사를 접을 수 없으니 부인이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부인이 읍내 식당에 나가 돈을 벌면서 집안을 건사하고 남편은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혼자 딸기 하우스 5개 동을 감당하지 못하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지출이 늘어 딸기 농사로 벌어들이는 돈은 더 줄어든다. 처음부터 부업을 계획하고 딸기농사는 하우스는 2개 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농촌에서 살겠다고 농사에 올-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귀농정책이 영농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귀농하면 모두 농부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농부가 되었다고 농사만 지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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