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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가 여는 시골살이 8

8. 시골에도 할 일은 많다.

농촌에는 일자리가 없다 이야기한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지만 2010년 도시와 농촌의 일자리를 비교한 보고서에 의하면 농촌 일자리는 481만 1천명으로 전체 일자리 1,467만 6천명의 24.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를 고려하면 농촌에 일자리가 더 많다. 15세 이상 인구대비 일자리는 도시가 0.45, 농촌이 0.66으로 농촌이 더 높다. 다른 자료에서도 농촌이 도시에 비해 인구대비 일자리 수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구대비 일자리 수는 농촌이 더 많은데 왜 농촌에 일자리는 없다고 느끼는 것일까. 통계에 제시된 농촌 일자리 수에는 농림어업분야의 비중이 크고 영세자영업 일자리, 무급가족 종사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농촌의 상용 종사자 일자리의 많은 부분은 인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도시에서 이주한 사람은 경력, 적성, 임금 등에 있어서 적절한 일자리가 찾기 어려운 이른바 미스매치(Miss Match)를 심하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꾸고 농가 경제의 대안을 연결하면 농촌에서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이 생긴다. 농가 경제에 대한 검은 상자 접근법을 다시 소환하자. 그림에서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총수익과 농업외 소득을 높이거나 농업경영비나 가계지출을 줄여야 한다. 농업총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농사의 규모를 키우거나 돈이 되는 작목을 찾아야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거나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용없는 일이 될 수 있다. 농업외 소득, 즉 부업이 좋은 대안이라고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농업경영비는 여하튼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남은 대안은 가계지출을 줄이는 것인데 최대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야 하는데 사람에 따라 그 수준이 달라 효과도 차이가 날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필요한 것을 싸게 구할 수 있거나 공짜로 구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럼 농외소득 만들기와 가계지출 줄이기를 연결해보자. 즉 농촌 생활에 필요한 것을 지역 내에서 저렴하게 생산, 공급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여 농외소득을 얻으면 된다. 돈이 되는 작물을 심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식량뿐 아니라 필요한 것 대부분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농촌의 경제는 인근 도시의 시장경제에 점점 편입되었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면서 더 먼 곳에서 생산한 것들을 소비하고 있다. 이제부터 농촌에 필요한 것들을 농촌에서 생산하여 공급하고 이를 일자리로 만들면 된다.

그런데 필요한 것을 지역에서 생산한다고 지출을 줄일 만큼 그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는 것일까. 도시에서는 적정한 수요가 확보되고 적정한 규모 이상이 되어야 비즈니스가 된다. 비싼 지대를 내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유지하려면 고용도 해야 한다. 또 그만큼을 벌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도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기본적인 고정비용이 상품 가격에 포함된다. 농촌의 경우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그 덕에 사업의 규모와 운영방식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이라도 요일을 정해서 운영할 수도 있고 점심시간에만 운영할 수도 있다. 업종에 따라서 상시 고용하지 않고 일감이 있을 때 고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업이 아닌 부업이라면 그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진다. 또 고객은 일정 범위 내에 있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일 수 있어 영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필요를 저렴하게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비자가 직접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완주군 고산면의 숟가락 공동육아 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이 협동조합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지만 다른 어린이집처럼 보육교사가 많지 않다. 조합원인 부모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그만큼 적은 비용으로 운영되고 만족도는 더 높다.

이러한 방식을 커뮤니티 비지니스(Community Business)라 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①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②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③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④ 비즈니스의 형태로 ⑤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업이다. 영국의 농촌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도된 방법인데 일본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었고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완주군이다. 완주군은 2010년 완주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를 설립하여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컬푸드 사업과 함께 커뮤니티비지니스를 통해 인구감소와 함께 나타난 다양한 사회적 과제와 일자리 부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성과가 나타나 이후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완주군은 작은 규모의 농사로도 귀농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커뮤니티비지니스의 시작은 문제의 발견에 있다. 농촌 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더 다양할 수 없을까.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방과후학교를 연결할 수 없을까. 방과후학교에 학부모가 교사로 참여할 수 없을까 하는 문제의 발견은 풀뿌리교육지원센터라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지원하는 학부모 사업조직이 3개 면에 만들어졌다. 왜 좋은 소식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신문은 없을까를 생각한 기자 출신의 귀촌인은 「완두콩」이라는 제호의 월간지를 창간했고 지역에 든든한 언론사이자 홍보기획사가 되었다. 더불어 청년들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숲가꾸기에서 나오는 목재, 농업 부산물 등 농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에너지를 자립해보자는 사람들은 전환기술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농촌의 아이들이 왜 모두 도시로 가야 하는지 고민한 사람들은 농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진로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완주군에는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

 

농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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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_귀농을_원하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