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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 5

5. 넓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경제학 용어이지만 일상에서도 ‘규모의 경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규모의 경제는 간단히 설명하면 ‘생산량 증가가 생산 단위당 비용을 절감한다.’이다. 이러한 효과를 내는 원인은 원재료의 구매 시 유리한 조건, 대규모 투자에서 생기는 이자 등의 자본비용의 절감, 마케팅과정의 상품 단위당 비용 저하, 대량생산으로 얻어지는 학습효과 등이다. 하지만 모든 분야와 모든 경우에서 규모가 늘어난다고 무조건 이익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은 ‘생산요소 투입량의 증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이다. 즉 생산비가 늘어나지 않는 조건에서 생산량을 늘리면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림 10>과 같이 생산량 증가에 따른 비용 곡선이 만들어지는 경우 생산량 Q1에서 Q2로 증가할 경우 규모의 효과는 나타나지만 Q3로 생산량을 확대할 경우 규모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즉,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비용 소요의 상황에 따라 나타날 수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농정당국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본격화되면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고 이 대책의 하나로 영농규모 확대를 위한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농업구조를 선진국과 비교하면 경지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과 농촌의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1인당 경지규모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경지 규모의 증가는 정체되다가 심지어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는 1997년 이후 농업구조정책이 중소농 구조의 친환경농업 육성과 품질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전환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지 규모가 커져도 수익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농업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같은 작목을 경작하는 농지가 분산되지 않고 늘어나야 하고 특히 인건비의 추가 투입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상 집합된 농지가 많지 않고 있더라도 자신의 경작지와 붙어있는 경작지를 구해 경지 규모를 늘릴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중소농의 경우 부부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경작지가 늘어나면 추가적인 인건비 지출이 늘어 수익이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수익을 최적화하는 적정한 경지규모가 있은 것일까. <그림 12>는 지난 5년간 경지규모별 농업총수익, 농업소득, 농업경영비를 나타낸 것이다. 경지규모의 확대에 따라 농산물 판매의 매출액인 농업총수익이 늘어나지만 농업소득의 증가추세가 농업총수익의 증가추세와 같지 않다. 농업경영비와 함께 비교하면 0.5ha~3.0ha 구간에서 경지규모가 늘더라도 농업경영비의 증가가 크지 않아 경지규모의 증가에 따라 농업소득도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7.0ha 이상의 규모에서는 경지 규모가 늘어나는 것에 따라 농업경영비도 가파르게 늘어 경지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농업소득은 늘어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 충북의 어느 지역에 강의를 갔다가 수년 전 귀농하여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을 만난 적이 있다. 귀농 5년 차부터 손익분기를 넘어 저축이 가능해졌다며 귀농생활에 만족하고 농사에 자신도 있어 보였다. 그는 귀농할 때 매입한 나머지 반 정도의 땅을 개간하여 복숭아 농사를 확대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농장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다. 마침 1박 2일 교육이어서 첫째 날 교육 후에 집에 가서 개간비용과 농장의 규모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를 고려해서 내일 아침까지 다시 손익분기점이 언제가 되는지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다음날 다시 만난 그 귀농인은 나머지 땅을 개간하지 않기로 했다. 개간비용에 들어가는 투자비도 만만치 않았고 경작지가 두 배가 된다고 수익도 두 배가 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추가적인 인건비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대신 그 귀농인은 나머지 땅에 추가 투자비가 적게 들지만 추가 노동력의 투입이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했다.

<그림 6>은 전체농가의 평균 경제지표로 만든 그림이다. 일반인이 얻을 수 있는 통계자료는 여기까지이다. 평균 자료가 아니라 통계를 만들기 위해 얻은 원자료를 구할 수 있다면 작목별, 연령별, 농사참여 농가원수 별로 수익을 최적화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료를 공개하여 농업인과 귀농인들에게 적절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충북의 북숭아 농사를 짓는 귀농인과 같은 유사한 실수가 반복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직 도움이 되는 통계자료가 없더라도 귀농한다고 무작정 돈이 되는 작물을 무엇인지 찾아다니고 그 작물을 심겠다고 터무니없이 큰 땅을 사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농사를 짓는다고 꼭 땅이 넓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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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_귀농을_원하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