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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 3

3. 농촌에 산다고 돈이 덜 들지 않는다.

흔히 시골에 살면 돈이 덜 들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큰돈을 벌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돈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니 그야말로 안빈낙도의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헛된 판단을 하기도 한다. 서울, 소도시, 시골의 읍내, 시골 마을에서 조금씩 살아본 내 경험에 의하면 시골에 산다고 해서 결코 지출이 줄어들지 않았다. 2018년 농가의 소비지출은 2,603만원인데 도시의 평균 소비지출 3,139만원에 비해 82%, 도시근로자 소비지출 3,402만원의 77%로 농가의 소비지출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촌의 경우 고령농가의 소비지출이 워낙 적어 평균을 끌어내렸을 것이다. 실제로 70대 농가의 소비지출은 1,997만원으로 40대 농가의 소비지출 3,902만원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가구원수, 가장의 연령을 감안해보자. <표1>에서 보는 것처럼 농가의 소비지출은 도시와 비교할 때 작다고 할 수 없다.

 

실제와 다른 이런 착각이 왜 일어났을까. 많은 사람이 현재 농촌을 여전히 오래전의 농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년 전인 1988년 농가의 가계지출은 603만원, 도시의 가계지출은 1,830만원으로 약 30% 수준이었다. 고령농의 소비지출이 작다는 것을 고려하기 위해 40대 농가의 소비지출과 비교해보자. <그림 1>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도시근로자의 소비지출과 비교해버면 전체농가와 40대 농가의 소비지출 증가 추세는 유사하지만 40대 농가의 소비지출이 전체농가의 소비지출에 비해 큰 경사도를 가지고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가족이 적은 고령농이 아니라면 생활을 하는데 많은 돈을 쓰는 구조로 농촌사회가 바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시골에 살면 돈이 덜 쓸 것이라는 오해는 예전의 농촌을 상상하고 있거나 현재 농촌의 어르신들처럼 나도 살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에 기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농촌의 어떤 변화 때문에 농가의 가계지출이 이렇게 늘어난 것일까. 첫 번째는 생활하는 공간적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고 빠른 교통수단을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모든 일을 가까운 범위에서 해결하였다. 하지만 정보공유와 함께 이동도 쉬워지면서 더 다양하고 더 나은 품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찾을 수 있고 구하기도 쉬워지자 생활반경은 점차 넓어졌다. 더 많은 것을 구매하기 위해 지출하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또 돈을 쓴다.

두 번째 이유는 농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도시와 다를 바 없이 현금을 주고 해결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많은 양의 식량을 자급했고 스스로 생산하지 않더라도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단작, 규모화, 전문화로 포장한 농업의 산업화는 환금작물을 통해 농민이 돈을 벌었지만 스스로 필요한 식량은 사서 먹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또한, 예전의 농부는 식량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결했다. 옷을 만들어 입었고 집도 스스로 혹은 이웃주민들과 함께 지었다. 식량을 저장하기 위해 마련했던 작은 토굴 대신 냉장고를 샀고 이웃과 즐기던 다양한 놀이와 마을문화 대신 텔레비전과 핸드폰과 선택했다.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해주는 것은 바로 돈이다.

첫 번째, 두 번째 변화와 연계되어 있기는 하지만 농가의 지출을 증가시키는 세 번째 요인은 에너지 소비량의 증가이다. 예전에는 석유로 난방을 하지 않았고 LPG로 밥을 하지 않았으며 전기도 많이 쓰지 않았다. 또한, 차와 장비를 지금처럼 많이 쓰지 않았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기준 전국 가구의 월평균 1인당 연료비는 4만 2천원이나 농촌은 4만 8천원, 도시는 4만원으로 농촌이 도시보다 월평균 8천 원가량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0년에 비해 농촌가구의 1인당 연료비 증가율은 135.5%로 도시의 101.2%보다 더 높다. 그래서 소득대비 연료비 지출의 비율이 도시보다 농촌이 높으며 이 비율의 증가폭 또한 도시보다 농촌이 더 크다. 농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화석연료로 농가지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기반시설이 도시와 비교할 때 부족하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인구가 밀집된 큰 읍내가 아니면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한겨울에도 마음을 놓고 보일러를 틀기 어렵다. 대중교통이 마을마다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가 사는 집들은 대개 부부가 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65세 이상이면 지하철이 무료이지만 농촌에는 이러한 혜택도 거의 없다. 이러한 기반시설 부족은 농촌의 가계지출을 증가시킨다.

시골에 산다고 지출이 저절로 줄어들지 않는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가급적 식량을 자급하고 생활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이웃과 나누고 커다란 TV와 양문형 냉장고, 식기세탁기 등의 에너지 다소비 기기들을 버려야 한다. 그래도 농촌에서는 이러한 전환이 가능하다. 농촌은 쉽게 돈을 벌고 그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도시에서의 생활방식을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전환해야 농촌은 겨우 도시민의 진입을 허락한다.

 

농촌에 살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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