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 1

1. 농촌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시골로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8년 49만 1,615명으로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2017년에 비해 조금 줄었지만 5천만 인구 중 1% 남짓이 여전히 시골로 가고 있다. 최근 성별, 연령대와 목적, 경제활동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농촌으로 인구가 이동하고 있어 이에 대한 상담, 안내, 교육 등을 지원하는 단체가 서울뿐 아니라 농촌 지역에서도 활동하고 있고 인터넷 포탈 싸이트에 농업, 농촌과 관련된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관련한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귀농으로 검색해보면 천여 권의 관련 서적을 검색할 수 있고 이러한 책들은 귀농을 직접 안내하거나 먼저 귀농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등 백여 권이 넘는책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관련 서적에 귀에 거슬리는 내용이 있다. 『〇〇〇으로 귀농 성공하기』, 『귀농으로 부자○○ 되기』, 『귀농으로 억대 ○○ 벌기』 등등이다.

과연 귀농해서 돈을 번다는 것이 쉬운 일일까. 2018년 농가 평균소득은 약 4,200만 원으로 같은 해 도시근로자 평균 가구소득 약 6,500만 원의 약 65%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농촌에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농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 농사로 돈을 버는 것은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더욱 어렵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이농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처럼 농촌이 피폐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생전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던 도시민이 기존의 농업인보다 농사를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현재 농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다. 그것이 그렇게 쉽게 가능한 일이라면 기존의 농민소득부터 올려주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책무가 아니던가.

하나씩 들여다보자, 우선 「성공」이라는 단어이다. 귀농에 있어 성공이란 무엇일까. 귀농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귀농의 동기는 ‘쾌적한 환경에 거주’, ‘좋은 이웃 만나기’, ‘건강한 삶’, ‘느린 생활’, ‘공동체 살이’ 등인데 도시인을 꼬드기는 귀농의 「성공」은 경제적인 성공의 의미가 짙어 보인다. 일단 받아들이자. 과연 농사로 경제적인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흔히 ‘억대 농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농민들의 소득과 관련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이 가능성을 검토해보자. 농민이 농사를 지어서 만들어내는 평균 수입은 2018년 현재 3,576만원이다. 물론 이는 평균이니 1억 원 이상 버는 농민들도 있을 것이다. 이 평균값이 1억 원과 꽤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아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맞다. 2018년 농림어업총조사에 의하면 2018년 전체농가 102만호 중에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농가는 3만6천호 농가로 3.6%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억대 농부’라는 단어의 ‘억원’은 수입, 즉 매출액으로 농사를 지어서 버는 돈의 총액이다. 실질적인 농업소득은 여기에서 농사에 들어가는 경비를 제외해야 한다. 2018년 농업경경비는 22,837,000원으로 농업총수익의 63.8%에 달한다. 즉 3500만원의 농산물을 팔아도 실제 소득은 1300만원 가량이다. 억대의 농산물을 팔아도 순수익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즉, ‘억대 농부’의 ‘억원’은 매출액을 수익처럼 보이게 한 눈속임이지만 그 정도 매출액을 만들어내고 있는 농민도 극소수인 것이 안타까운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이를 위한 투자를 생각해보자. 귀농하여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에 못 미치지만 5,000만원의 농업소득을 목표로 해보자. 2018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경지규모 7ha~10ha(약 20,000평~30,000평)에서 평균 1억3,900만 원의 농업총수입에 5200만 원의 농업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난다. 농지가격이 가장 저렴하다고 하는 전라남도의 경우 농지의 평균가격이 평당 4만5천 원이므로 대략 10억 원 내외의 고정비가 투자되어야 한다. 10억 원을 투자하여 연간 5천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났으니 5%의 수익률이다. 은행의 예금이자률보다 높다. 하지만 이 경지규모의 경우 연간 2,200시간(주당 42시간)의 농업노동을 해야 한다. ‘억대 농민’의 ‘억원’이 만약 순수익이라면 최소 20억 원 이상을 투자했을 것이고 더 오랜 시간 더 센 농업노동을 했을 것이다. 투자가 부채를 동반했거나 고용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그만큼 수익률은 낮아질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농촌에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농사를 통해 큰돈을 번다는 것은 더 어렵다. 경제적으로, 다시 말해 화폐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농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미끼로 귀농을 꼬드기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이다. 농촌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농촌은 쉽게 귀농을 허락하지 않는다.

#귀농

#귀농귀촌

#퍼머컬처

#농촌은_귀농을_원하지않는다.

#농살림디자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