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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우리가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는 이유

우리가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는 이유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2014년 일본의 전 총무상인 마스다 히로야가 쓴 「마스다 보고서」에 등장한 말이다. 그 당시 인구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절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하고 이로 인한 일본의 파멸을 경고해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첫째, 인구감소로 경제의 활력을 잃은 지방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둘째, 지방을 떠난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쿄로 이동한다. 셋째, 이 젊은이들은 저임금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넷째, 도쿄는 지방의 인구를 흡수하지만 재생산하지 못하는 블랙홀이 되어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 다소 과장된 듯하지만, 지방의 인구감소가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지난 6월 말 한국고용정보원은 ‘소멸위험지역’을 조사해 발표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율을 인구소멸지수라 하는데 이 값이 0.5 이하인 지역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전체 시군구중 57.0%인 130곳이 위험지역이고 소멸지수 0.2 이하의 고위험 지역도 57곳으로 분석되었으며 광역시 내의 8개 지방자치단체가 새로 위험지역이 되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2021년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선정하고 2022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원을 마련해 10년간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성과를 높이기 위한 평가체계를 도입했고 생활인구개념과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이러한 정책의 효과를 진단할 시점은 아니지만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역은 지금, 청년 유입에 노력하고 있다. 청년의 창업지원, 청년주택의 건설, 관광 및 문화 인프라 조성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한다. 단기적으로 관련 지표를 소소하게 개선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역의 인구감소를 막을지 불확실하다. 청년이 지역에서 결혼할 수 있어야 하고 배우자의 일자리도 있어야 지역에 남는다. 작은 규모의 청년주택이 아니라 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집도 필요하고 아이의 보육과 교육 서비스를 갖추어야 지역에서 아이를 키운다. 더 나아가 지역에서 노후도 보낼 만해야 할 것이다. 즉, 지방소멸은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생활의 질과 관련한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해법을 요구한다.
청년인구가 조금 늘어난다고 이러한 해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산업화를 통해 도시가 성장할 때는 가능했다. 그 당시는 농촌의 낙후한 생활 여건과 도시의 새로운 일자리라는 강력한 인구이동 요인이 존재했지만, 현재 반대 방향의 인구이동 요인은 크지 않다. 오히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는 여전히 성장을 꿈꾸며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고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들은 그 꿈을 뒤쫓으며 도시로 더 많이 이동하고 있다. 예전의 성장 공식인 일자리 창출에 의한 인구증가, 늘어난 인구에 의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 다시 인구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건 무리이다. 더욱이 지금은 합계출산율 0.7의 절박한 인구감소의 시대이다. 전체 인구가 줄고 있는데 어찌 모든 지역의 인구를 늘릴 수 있단 말인가.
지방소멸은 인구라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생활 수준을 높여 생애주기별 기본적인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 지역주민의 생활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더불어 대도시의 인구 증가 요인을 감소시켜야 한다. 지방소멸을 국가적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도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참해야 하며 도시에 필요한 자원이 지방에서 생산되고 있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지역에서 성장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이 더 많이 빠져나간다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정책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구감소가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령화에 대한 부담은 30년 정도 지나면 완화될 것이다. 지역은 닥칠 고령화 시대를 잘 관리하면서 그 이후에도 적정한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는 건 인구감소시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지혜가 없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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