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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사라지는 꿀벌, 공생으로의 회심이 필요하다.

생태계에서 생물 사이의 관계는 다양하다. 그 첫 번째 관계는 경쟁이다. 먼저 먹이와 서식처를 차지해야 살아남는다. 경쟁의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는 탁란이다. 특정 종류의 새가 다른 개체의 둥지에 알을 낳으면 그 둥지의 어미가 돌보고 알에서 나오면 먹이를 주며 키우기까지 한다. 그런데 먼저 부화한 남의 새끼는 본능적으로 아직 부화하지 않은 대리모의 알을 등으로 밀어 바닥으로 추락시킨다. 친자를 거세해 계모를 독점하려는 극한 경쟁을 보여준다.
두 번째 생물 간의 관계는 포식이다. 다른 개체를 먹이로 삼는 것으로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과 다른 동물을 먹는 육식동물이 있다. 포식은 먹이가 되는 개체의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세 번째 생물 간의 관계는 기생이다. 다른 개체를 먹이로 삼지만, 포식과 달리 먹이 개체에 큰 손상을 주지 않고 먹이 개체가 만든 영양물질을 활용해 살아간다. 여기에 기생인지 포식인지 애매한 동충하초 같은 균류도 있다.
네 번째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많이 알고 있는 공생이다. 그런데 악어는 평생 3,000개 정도의 치아가 새로 나고 치아 사이가 넓어 찌꺼기도 끼지 않을 뿐 아니라 악어새도 고기를 먹지 않아 공생 관계가 아니라 한다. 자연에서 발견된 특별한 공생은 잎꾼개미와 버섯이다. 잎꾼개미는 나뭇잎을 개미집으로 가져와 효소 반죽을 만들어 여기서 버섯이 자라게 하고 이 버섯의 일부를 식량으로 사용한다. 마치 농사를 짓는 것과 같아 잎꾼개미를 지구 최초의 농부라 부른다.
그런데 생태계 전반에 흐르고 있는 원리는 공생이다. 눈이 커다랗고 이쁜 사슴을 포악한 사자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사자를 초식동물로 변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사슴의 개체 수를 조절하던 사자마저 풀을 먹으니 먹을 수 있는 풀이 없어져 모두 죽는 파국이 일어난다. 이렇게 개별 생물 간의 관계는 다양하지만, 생태계 전체는 공생이라는 방향으로 서로 엮여 있다.
지구 생태계에서 공생으로 철저히 무장한 생물종이 있다면 바로 꿀벌이다. 식물이 만든 꿀을 먹지만 그 식물의 생명활동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식물을 돕는다. 꿀벌이 꽃 속의 꿀을 먹으며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수정이 이루어지고 열매가 맺어 번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식물이 자발적으로 먹이가 되려고 꿀벌을 초대하는 셈이다. 또한 꿀벌은 여왕벌을 중심으로 생식을 담당하는 수벌, 꿀을 따고 유충을 키우거나 경비를 서는 일벌 등으로 역할을 맡아 많게는 수만 마리가 공생적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성 동물이다. 더구나 특별한 적의를 품지 않는 다른 개체에 대한 공격성도 없고 8.000여 년 전부터 가축화되어 우리에게 달콤한 꿀을 공급하고 있으니 이만큼 평화적이며 이타적인 공생적 생물은 없는 듯하다.
이런 특별한 생물종이 위기에 처했다. 2021년 전 세계적으로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면서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을 우려했는데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22년 9월에서 11월 사이에 1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고 2023년 초에 140억 마리의 꿀벌이 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밀원의 축소, 꿀벌의 질병과 해충의 창궐, 살충제의 남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하는데 최근, 급작스럽게 없어지고 있는 것은 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꿀벌 소멸의 여러 가지 원인을 촉진하는 것이 기온상승이고 봄이라고 착각한 벌들이 꿀을 따러 나섰다가 체온을 지키지 못하고 꿀도 얻지 못해 아사하거나 동사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할 것이라 했다. 세계 100대 작물 중 71종이, 야생 꽃식물 종의 90%가 꿀벌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어 생태학에서 꿀벌을 키스톤(keyston)종이라 부른다. 둥근 아치를 무너지지 않게 하는 마지막 돌인 키스톤처럼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곤충을 연구하지 않았지만, 이 예언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쩌면 인류는 생태계의 공생 원리를 부정하는 유일한 생물종인 듯하다. ‘2등은 없고 1등만 존재할 뿐’이라 외치며 지구를 기후재난의 문턱까지 다다르게 했다. 우리가 꿀벌의 예언을 받아들여 공생으로 회심하지 않는다면 인류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도 파국에 맞이할 것이다. 5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벌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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