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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다중위기의 해결사, 흙을 다시 보자

다중위기의 해결사, 흙을 다시 보자

지난 10일, 행정안전부는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발표했다. 전체 인구는 작년에 비해 0.22%감 감소한 5,133만 명으로 4년 연속 줄어들었고 70대 이상의 인구가 사상 처음 20대 인구보다 많아져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또한 수도권 인구는 2,601만 4,265명, 비수도권 인구는 2,531만 1,064명으로 70만 3,201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인구격차로 지방소멸 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러한 가운데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지방재정을 확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에 시작한 고향사랑기부로 650억 2천만 원이 모금되었다고 한다. 전남 담양군이 22억 4천만 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모았고 담양군과 같은 인구감소지역의 모금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답례품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품목은 과일류, 축산물 선물세트, 친환경쌀 등이어서 농어민의 소득증대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고향사랑기부를 가장 많이 한 세대는 30대에서 50대였다. 비수도권에 고향을 가지고 있는 60대 이상의 모금액은 이들 세대의 모금액의 12.9%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실향민을 대상으로 홍보전략을 세운 지자체로선 곤혹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젊은 층에 근로자가 많아 세액공제 혜택 때문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이들이 농어촌과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반가운 소식은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인구 시범산정 결과’이다. 이 발표에 따르면 충북 단양군의 체류인구는 등록인구 2만 8천 명의 8.6배인 24만 2천 명으로 산정되어 생활인구는 27만 명으로 계산되었다. 생활인구란 새로운 인구개념인데 주민등록과 외국인등록 인구에 관광, 통근, 통학 등의 목적으로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인구를 포함한다. 행정안전부는 생활인구의 전국적인 도입에 앞서 작년 4월에서 6월까지 충북 단양군 이외에도 인구감소지역 7곳을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행안부의 주민등록, 법무부의 외국인등록 정보와 이동통신 3사의 통신정보를 가명으로 결합해 생활인구를 산정하였다.
충북 단양군처럼 모든 시범지역의 체류인구가 등록인구를 크게 웃도는 것은 아니었다. 통근 및 통학형, 군인과 외국인 상주형, 관광형 등의 특성에 따라 체류인구는 등록인구의 2~4배 수준이었다. 생활인구의 산정은 그 과소에 따라 지역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체류인구 정보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맞춤형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근형 체류인구가 많은 경우 교통접근성을 개선해 체류인구의 접근성을 높이거나 임대주택을 만들어 체류인구를 정주인구로 전환하는 대책을 만들 수 있다.
새해를 시작하며 이러한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대책의 한 해 성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더 높이기 위해선 고향사랑기부제의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고 일본과 같이 기부플랫폼을 민간에 개방하고 부정과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지자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자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체류인구의 판정 기준과 방법의 정합성, 체류유형에 따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점, 과도한 관광인프라의 투자가 지역 내 균형발전을 심화하고 오버투어리즘을 일으킬 가능성 등을 살펴 생활인구 정책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방소멸 문제를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난 50년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수많은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경제 활성화를 중심에 둔 정책이 지역의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었다면 그 효과는 이미 드러났어야 한다. 또한 지금의 경제 중심의 대응이 지역의 인구를 늘리더라도 그건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선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민이 지역의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고 지역과 장기적으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에서 제안하는 특별한 사업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의 보완 대책과 관심이 있는 지역에 주소를 하나 더 가지는 복수주소제 도입 이야기에 마음을 설레며 아침을 맞는다.
<내일신문 24년 1월 17일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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