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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7)

2부 : 퍼머컬처 적용하기

 

 

4. 퍼머컬처의 두번째 큰 원리 : 상업적 에너지를 줄어라

(퍼머컬처 원리 4 : 에너지를 계획하라)

4. 퍼머컬처의 두 번째 큰 원리 : 상업적 에너지를 줄여라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구상의 에너지는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이를 물리학에서 ‘에너지 보전’이라 한다. 이 법칙만 있다면 에너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두 번째인 엔트로피 법칙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쓸 수 있을 만큼 집적된 에너지는 감소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휘발유를 자동차에 넣었을 때 자동차가 앞으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많은 에너지는 열과 마찰로 변해 쓸 수 없는 에너지로 분산된다는 것이다. 이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지구 바깥에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지구가 가진 에너지는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태양이 평균적으로 지구표면 1㎠에 1분 동안 2칼로리의 에너지를 보내주고 있어 희망이 있다. 퍼머컬처에서는 화석연료나 전기와 같이 사용하기는 쉬워도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에너지는 덜 사용하고 태양열, 풍력, 수력과 같은 자연적인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연적인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으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한 고갈되지 않는다. 화석연료와 전기의 사용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시골살이의 지출항목 중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가격의 변동을 예측할 수 없어 불확실성을 높인다. 상업적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안정성을 높인다.

 

■ 퍼머컬처의 원리 4 : 에너지를 계획하라

농장을 계획하기 전에 미리 생각하면 쓸데없이 써야 하는 상업적인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못을 논, 밭보다 높은 곳에 만들면 중력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어 공연히 전기를 사용하여 펌프를 가동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감자를 보관하는 시설도 감자밭보다 아래에 만들면 손수레를 통해 쉽게 수확한 감자를 옮길 수 있지만 반대가 되면 경운기나 트랙터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농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계획단계에서 적절하게 배치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상업적인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퍼머컬처에서는 지구(Zone)와 구역(Sector) 개념을 통해 공간을 계획한다.

지구계획은 농장의 중심을 집으로 보고 일정 거리를 기준으로 동심원을 그려 농장에 필요한 시설이나 공간을 배치하는 방법이다. 0지구는 집이고 집에서 멀어질수록 1지구, 2지구, 3지구, 4지구, 5지구가 된다. 어떤 시설과 공간을 어느 지구에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것은 그 시설과 공간의 작업빈도, 작업의 강도와 관련이 있다. 즉 자주 가야 하고 관리를 많이 해야 하는 것들은 집에 가깝게 배치하면 된다. 텃밭은 매일 수확하여 식량을 얻는 곳이므로 집에 가까이 두어야 한다. 따라서 텃밭은 1지구에 조성한다. 1지구에는 잦은 관찰과 방문,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한 것을 배치한다. 예를 들어 자급용 채소밭, 조리용 식물, 작은 동물의 축사, 창고, 농기계 저장소, 퇴비장, 물탱크 등을 배치하면 좋다. 2지구에는 1지구만큼 자주 가지는 않지만 한 번 가서 집약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을 배치한다. 예를 들어 닭 방목지, 자급을 위한 과수원, 큰 규모의 채소밭, 하수처리시설, 양봉장, 곤충이나 새를 끌어들이기 위한 꽃밭, 집을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 등이 속한다. 3지구에는 정기적으로 가지만 한 번 갈 때 오랫동안 작업을 하는 것들을 만든다. 상업적인 작물을 키우는 밭, 가축을 키우기 위한 방목장, 관리가 적은 조림지, 큰 규모의 창고, 큰 키의 방풍림 등이다. 4지구는 관리가 적고 야생의 성격을 많이 갖는 곳이다. 작은 숲, 채집을 위해 무언가를 모아두는 곳, 연료와 목재를 위한 조림지, 댐 등을 배치한다. 5지구는 야생지의 성격을 많이 갖는 것으로 관리하지 않는 숲, 자연 습지, 휴식을 위해 찾는 자연공간 등이 속한다.

구역계획은 태양열, 햇빛, 바람, 비, 물의 흐름 등의 자연적 에너지를 고려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자연적인 에너지들은 농장의 외부로부터 내부로 유입된다. 그래서 구역계획은 농장 중심에 꼭지를 둔 쐐기 혹은 자른 피자 모양이 된다. 구역계획을 할 때 불의 피해가 우려되는 방향, 바람의 영향이 있는 방향, 야생동물의 침입이 우려되는 방향, 여름과 겨울의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 경관이 우수한 방향 등을 고려한다. 농장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 있다면 농장 안으로의 유입을 허용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농장에 피해가 줄 요인이 있다면 차폐하거나 피할 수 있도록 하여 이러한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구역계획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 집의 남쪽에 나무를 심는 경우 여름 햇빛과 겨울 햇빛이 모두 들어오는 방향이라면 활엽수를 심어야 한다. 여름엔 나뭇잎이 집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것이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햇빛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산불이 번져올 수 있는 방향에는 연못, 돌담을 만들거나 도로, 잘 타지 않는 나무로 이루어진 숲 등을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그림과 같이 지구와 구역계획을 통합하면 백지와 같은 공간이 특성에 따라 나누어진다. 즉, 집을 중심으로 거리에 따른 관리 강도와 방향에 따른 특성에 의해 공간이 분할된다. 이 부지에서 하고자 하는 일의 목록을 구별하고 만들고 하고자 하는 일이 지구와 구역계획에 의해 분할된 어떤 공간에 가장 적합한지 조합할 수 있다. 분할된 공간에 해당하는 목록을 하나씩을 적어나가면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골살이에서의 적용 Tips

① 집과 경작지를 가까이 거리에 두어야 한다.

집과 경작지의 거리가 멀면 이동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집에서 장비나 도구를 미리 챙기지 않았다면 먼 거리를 오고 가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되도록 집과 경작지가 붙어있는 것이 좋다. 적어도 잦은 관리가 필요한 텃밭, 동물 축사, 비닐하우스, 창고, 농기구 저장소 등은 집 근처에 있어야 한다.

 

② 경작지가 분산되어 있다면 거리와 특성에 따라 최적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이나 마을구조 상 퍼머컬처의 농장과 같이 지구를 설정하기 어렵다. 집은 대개 집촌 마을 내에 있고 경작지는 서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최대한 지구계획을 참고해서 경작지의 용도와 작물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③ 생활에도 지구개념이 필요하다.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얻는 곳도 지구개념과 같이 설정하면 편리하다. 면소재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 다운 타운이 있는 읍소재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 인근 도시까지 나가야 하는 것을 구별해 놓으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인구밀도와 인근 도시와의 거리에 따라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 기준을 잡기 어렵도 생활하면서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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