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6)

2부 : 퍼머컬처 적용하기

 

 

3. 퍼머컬처의 첫번째 큰 원리 : 자연을 닮게 하라.

(퍼머컬처 원리 3 : 자연적 힘을 활용하라)

 

■ 퍼머컬처의 원리 3 : 자연적 힘을 활용하라

‘자연을 닮게 하라’는 퍼머컬처의 원리는 최종적인 결과만 자연을 닮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결과를 만드는 과정도 자연을 닮게 해야 한다. 생태학에는 ‘천이(遷移)’라는 용어가 있다.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식물군집이 변화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대체적인 천이과정은 이러하다. 나대지를 그대로 놔두면 먼저 풀들이 들어와 자리 잡는다. 풀에 의해 토양 내 유기물의 양이 많아져 관목이 자라기 시작한다. 관목에 의해 토양의 구조와 미기후가 바뀌면서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같은 양수(陽樹) 교목이 생겨난다. 양수가 많아지면 햇빛을 잘 들지 않는 곳에서부터 참나무와 같은 음수(陰樹)가 자라고 혼합림이 되었다가 햇빛에 민감한 양수는 없어지고 음수가 들어찬 숲이 된다. 산불과 같은 외부로부터 큰 자극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러한 음수림은 변하지 않는 극상(Climax)을 이룬다. 이같이 자연은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며 변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힘을 이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고 튼튼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일본의 시가현(滋賀縣)에는 673㎡의 면적을 가진 바다와 같이 넓은 비와호(琵琶湖)라는 호수가 있다. 이 호수에 영양염류가 과도하게 유입되어 부영양화의 우려가 생기자 일본의 생태학자들이 부도(浮島)를 연구한 적이 있다. 물 위에 잘 뜨면서도 식물을 고정할 수 있는 재료로 기반을 만들고 그 기반 위에서 식물을 키우면 식물 뿌리가 부도의 아래로 뻗어 호수의 영양염류를 흡수하여 수질을 정화할 것이고 적절할 때 그 식물을 잘라 육지로 옮겨 퇴비로 만들면 호수도 살리고 농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생태학자들은 스티로폼과 같이 물 위에 뜰 수 있는 재료에 영양물질의 흡수력이 좋은 여러 가지 종자를 골라 심어 호수 수면 위에 띄워놓았다. 한 달 정도 뒤에 식물의 발아와 생장을 확인하러 간 생태학자들은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심어놓은 식물 종자가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 적합한 식물이 알아서 잘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종자를 심을 필요 없이 부도의 기반만 만들어 놓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자연의 힘이 생태학자들을 도운 것이다.

농장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외래종 꽃을 많이 심는다. 꽃이 커서 보기에 좋기는 하지만 대개 일년생이고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겨울이 지나면 뿌리가 상해 봄에는 다시 심어야 한다. 하지만 토종의 꽃나무나 야생화를 심으면 다시 심을 필요 없이 매년 꽃을 피워 농장에 색깔을 입힌다. 이렇게 자연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다음은 자연에 맡기면 자연이 알아서 해준다. 게다가 자연은 사람의 손보다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인간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시골살이에서의 적용 Tips

① 자연을 관찰하라.

주변의 자연을 자주, 세심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언제 어떤 식물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지, 다 성장한 나무는 높이, 너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두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주변 숲을 구성하는 식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먹을 수 있는 식물로 숲은 만든 것을 식량숲(Food Forest)을 만들기도 한다.

 

② 자연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라.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단기간에 모든 것을 만들 필요는 없다. 살면서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다. 농장을 꾸민다면 집 주변부터 꾸미되 자연의 시간이 필요한, 예를 들어 울타리 숲을 만든다면 미리 묘목을 심어 3,4년 뒤에 울타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③ 지역사회도 스스로 변한다.

시골에서의 시간은 도시의 시간과 다르다.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조금씩 변한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급하게 무엇인가 하고 싶어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얼마간 일부러 무심하게 두면 변해있기도 한다. 자연이 천이하듯 지역사회도 천천히 진화한다. 그 진화의 속도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

#귀농#귀촌귀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