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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4)

2부 : 퍼머컬처 적용하기

 

3. 퍼머컬처의 첫번째 큰 원리 : 자연을 닮게하라

(퍼머컬처의 원리 1 : 다양성을 높여라)

퍼머컬처 전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점은 ‘자연을 닮게 하라’는 것이다. 자연생태계는 인간의 관리나 간섭이 없어도 스스로 유지하고 진화한다. 생태학적으로 경작지를 자연생태계와 비교하면 우리가 원하는 작목만 잘 자라게 하려고 특정한 종자를 심고 다른 식물을 제거하여 다양성을 줄이고 비료, 농약과 같은 것을 투입한 후 우리가 원하는 농산물만 바깥으로 가져 나오기 때문에 에너지의 유입과 유출이 많은 인위적인 생태계이다. 그래서 경작지는 자연생태계와 달리 인간의 관리가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작체계가 자연을 닮도록 하면 농산물을 스스로 생산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투입과 여타의 관리를 줄일 수 있다. 유기농업의 다양한 방법도 원리적으로는 경작지의 조건을 자연생태계와 유사하게 만들어 자연생태계가 스스로 유지되듯이 인간의 관리와 간섭을 줄이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퍼머컬처의 철학과 원리는 유기농업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퍼머컬처의 원리를 농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퍼머컬처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 퍼머컬처의 원리 1 : 다양성을 높여라.

자연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퍼머컬처에서는 무엇이든 다양하게 만든다. 농사에서 다양성을 높이려면 우선 다양한 작목을 심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하나의 밭에 여러 작목을 심는 간작, 혼작 등을 해왔다. 홍성에서 농사를 짓는 한 귀농인은 길쭉한 밭에 감자, 고추, 깨, 옥수수를 한 줄씩 심었다. 농사를 짓는다면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밭과 같은 밭을 상상한 도시에서 온 귀농 희망자들이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 농사가 되요 ?’ 비아냥거리듯이 물었다. 그 귀농인 웃으며 ‘ 이렇게 농사지으면 한 줄 작업하면 작업 내용이 바뀌니까 농사짓는 일이 지루하지 않지요’라고 대답하였다. 이내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 병충해에 한 번에 망가지는 일이 생기지 않아요, 홍성 지역에 고추 병이 돌아 다른 밭의 고추는 다 망가졌을 때 이 밭의 고추는 망가지지 않았지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다양성을 확보하면 얻어지는 것이 있다.

실제로 숲은 병충해에 잘 망가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숲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어우러져 살기 때문에 병해충이 생겨서 일부의 식물에 피해를 줄 뿐 숲 전체가 망가지지 않는다. 또한, 일부 피해가 있더라도 스스로 복원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숲에서 소나무 재선충의 피해가 생기는 것은 산림복원을 위해 빠르게 자라는 소나무 종류를 군집하도록 심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렇게 재난을 얻을 수도 있다. 작목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병충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다양성을 높이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자급률을 높이며 작업시간과 작업강도를 분산하고 서로 이득이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농장에서의 다양성을 작목으로만 높이는 것은 아니다. 동물을 키워 다양성을 식물에서 동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복합영농, 순환농업을 가능하게 하여 생태적인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비료와 사료의 구입 비용을 줄여 경제적인 이득을 높여준다. 이는 퍼머컬처의 다른 원리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될 것이다. 농장에서의 사업을 경작에서 가공과 체험, 교육, 휴양, 관광, 복지까지 확장하여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농업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후적 재난에 대한 위험을 분산할 수 있으며 농장에서 팔 수 없었던 것에 가치를 부여해주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이득이 된다. 이는 다른 원리에서 보다 자세하게 설명될 것이다.

 

 

시골살이에서의 적용 Tips

① 농사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는다.

농촌에 농민만 사는 것이 아니다. 농사뿐 아니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시골에서 할 수 있다. 농업에서 분야를 넓히면 가공, 유통에서 체험, 교육, 휴양, 복지까지 확장할 수 있고 부업을 갖는다면 방과후 학교 교사, 문화 활동가, 사회 서비스 제공자, 지역사회 활동가 등 다양한 일을 찾을 수 있다.

② 농사를 짓되 작목을 다양하게 하라.

시골에서는 조금이라도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 일부분 식량을 자급하면 그만큼 지출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작목에 올-인하지 않아야 한다. 기후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농사를 고된 노동이 아니라 즐겁고 창의적인 일로 만들어준다.

 

③ 사회적 관계를 넓혀라.

시골에서의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이웃과 데면데면 살 수 없는 곳이기도 하지만 서로 소통하고 의지해야 잘 살 수 있다. 이야기가 통한다고 귀농한 사람만 만나거나 특정한 사람들 위주로 관계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대한 사회적 관계를 다양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심지어 지역사회의 식당이나 카페도 돌아가면서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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