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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1)

2부 : 퍼머컬처 적용하기

 

1. 퍼머컬처란 ?

◼ 퍼머컬처 (Permaculture)

퍼머컬처는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말과 농업(Agriculture)의 합성어인데 지속 가능한 생산 및 생활을 위한 기반과 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체계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이나 방법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과 토지이용에 대한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문명은 유지될 수 없다는 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퍼머컬처는 새로운 분야의 학문이 아니며, 따라서 새로운 이론이나 가지고 있지 않다. 기존의 학문, 예를 들면 토양학, 재배학, 식물학, 동물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조경, 건축, 심지어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의 이론과 원리를 적용하여 작게는 지속 가능한 농장, 지속 가능한 마을, 크게는 지속 가능한 지역을 계획, 설계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제공한다.

 

◼ 퍼머컬처의 두 가지 키워드

퍼머컬처의 첫 번째 키워드는 관계이다. 집을 잘 계획하는 사람은 건축가이고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농부이다. 퍼머컬처가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집을 만드는 방법과 농사짓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건축과 농사 그 자체보다는 집과 농사와의 관계이다. 집과 밭 사이에 관계를 적절하게 만들면 생태적인 집짓기와 지속 가능한 농사를 더 쉽고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이 건축가에게는 버려야 할 물이어서 우수관과 연결해 버리고 농부는 물이 필요해 전기 펌프를 통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텃밭에 공급할 것이다. 그런데 집과 텃밭의 관계를 잘 만들면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집 근처의 텃밭에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물이 될 수 있다.

퍼머컬처의 두 번째 키워드는 ‘실제적’이라는 것이다. 퍼머컬처는 아파트의 작은 베란다에서부터 상업적인 농장까지, 거대한 도시부터 야생초지까지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실제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 토양학에 의하면 퇴비를 만드는 적절한 습도는 50~65%이지만 이 숫자는 토양학 시험을 볼 때 필요하기는 해도 실제 퇴비를 만들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퍼머컬처는 퇴비 더미를 손바닥에 놓고 살짝 주먹을 쥐었을 때 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면 적당하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퍼머컬처는 전문적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도 많은 것들을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이 실제적인 것은 음식, 토양, 에너지, 물과 같이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경영과 재정, 이웃과의 관계, 지역사회의 서비스 등의 비물리적인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 퍼머컬처의 가치관 (Ethics)

퍼머컬처는 사람살림에서 이웃살림으로, 이웃살림에서 지구살림으로 확장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가치관은 퍼머컬처를 실행하면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의사결정을 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즉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드는 것이 나를 비롯한 사람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것인지 점검해야 하며 더 나아가 동시에 이 세 가지를 충족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즉 ‘나의 행동이 지구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서로 공동체적으로 나누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사람살림(People Care)

건강과 행복, 좋은 먹을거리로 영양 섭취, 올바른 살림과 의미 있는 일,

적절한 교육, 개방된 공동체의 존재,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신뢰와 존중

● 이웃살림(Fare Shares)

다양한 모임과 조직, 자원과 부의 분배, 불필요한 소비의 감소, 신뢰와

존중, 수요와 필요에 대한 공동체적 대응, 나눔과 배려, 다양한 협동조합 의 구성,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

● 지구살림(Earth Care)

깨끗한 공기와 물, 산림과 서식지의 복원과 보전, 생물 다양성의 증진,

토양의 회복과 보전, 폐기물의 재활용, 공해의 감소, 에너지 보전, 이를

증진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

 

◼ 퍼머컬처 (Permaculture)의 목적(Goal)과 목표(Objective)

퍼머컬처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지속가능성이다. 아래와 같이 대상에 따라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여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1. 안전한 먹거리

· 스스로 생산한 먹거리로 자급, 나머지는 로컬푸드 활용

· 복합적 문화의 산물로서 다양한 먹거리 문제에 접근

·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한 토양과 지속적 공급이 가능한

토종 종자의 사용

· 환경과 건강을 해치는 화학제품 사용을 줄이는 유기농산물의 섭취

· 독립적이고 생태적인 농장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먹거리를 해결

(도시텃밭, 도시농업, 공동체 텃밭, 생산자직판장, 협동조합 등)

· 단순히 맛있는 것이 아니라 영양의 균형을 회복하는 먹거리 장려

2. 토양개선

· 작물, 먹거리, 사람을 연결해주는 기반인 토양자원을 건강하게 관리

· 퇴비, 녹비, 뿌리덮게, 자연비료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토양의 유기성

을 함양

· 땅의 쇠락을 피하기 위한 경작법과 토지이용 방법

· 토양을 오염시켜 자원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행위의 금지

· 쇠락한 땅은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복원

 

3. 쓰레기 관리

· 쓰레기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원이라는 인식과 실천

· 생활양식, 소비유형을 폐기물이 덜 배출되는 방식으로 전환

· 재활용을 통한 배출량 감소를 통해 환경오염도 감소

· 자연의 자정능력으로 분해될 수 있는 재료의 사용

· 자연에너지와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폐기물을 감소

4. 깨끗한 물

· 깨끗한 물은 건강한 토양, 안전한 농산물, 건강한 생활의 기본요소

· 물의 이용과정을 물의 순환과정에 순응

· 빗물은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고 내 땅에 떨어진 소중한 물이라는 인식

· 빗물은 모아서 쓰고 쓴 물을 정화하여 다시 재이용

· 꼭 버려야 한다면 토양에 흘려 토양 속에서 정화하고 지하수를 함양하여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

 

5. 주거와 주거지

· 건물을 계획하고 조성할 때 에너지 효율을 고려, 태양을 최대한 활용

·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재료를 사용

· 건물을 해체하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의 사용

· 해로운 화학약품이 실내공기를 오염하지 않는 재료의 사용

· 지역 생물군집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주지를 설계

 

6. 지속가능한 지역 살림

· 지역 외부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자급, 자립을 계획하고 실천

· 수요와 필요에 맞는 적절한 공급체계 마련

· 주민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참여

· 경제적 크기보다는 가치를 증진

·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거래 방식 선택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 환경, 문화, 공동체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

 

7. 적절한 개발

·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규모와 속도에 맞도록 적절한 기술 활용

· 지역의 자연환경에서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을 활용

· 지역에서 생산되며 유지 가능한 것을 사용

· 지역의 사람, 기술, 지식에 기초

· 개발의 과정과 결과가 지역으로 순환하는 방법의 채택

8. 야생지의 보존

· 우리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모든 생명체를 보호

· 안정적인 생태계의 회복과 유지

·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배우기

· 파편화를 막기 위한 생태계의 상호 연결성 유지

· 야생지를 보호하기 위한 제한된 개발과 적절한 토지이용

 

9. 지역공동체와 지역문화의 강화

· 끝까지 듣고 가능한 한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로 이웃과 일하기

· 이웃, 자연과 함께 일하며 인간, 자연과의 관계 강화

· 기술과 지식을 나누어 새로운 사람과 자생력을 키움

· 여성, 아이, 연장자, 장애인과 일하며 새로운 가치의 발견

·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도 함께 생각

◼ 퍼머컬처 나무(Permaculture Tree)

퍼머컬처 나무(Permaculture Tree)는 퍼머컬처가 하는 일을 잘 나타낸다. 퍼머컬처는 마을(village), 교외주거단지(suburbs), 사업(business), 협동조합(corporations), 농장(farm), 정원(garden), 대규모 농장(plantation), 수경재배(aquaculture) 등 다양한 대상에 적용할 수 있다. 퍼머컬처의 원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식물학, 생물학, 농학, 원예학, 지리학, 건축학, 인류학, 경제학, 재정학, 에너지학 등에서 필요한 것을 적용한다.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요소는 지구의 모든 생명이 그 생명활동을 기대고 있는 토양, 물, 공기, 햇빛이다. 나무가 물, 공기, 햇빛의 힘으로 뿌리를 통해 토양의 영양분을 끌어올려 잎을 달고 열매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머컬처는 토양, 물, 공기, 햇빛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다양한 분야의 원리를 바탕으로 우리 생활에 필요한 것을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기본요소와 핵심적인 퍼머컬처의 원리를 활용하여 특저한 대상에 펌커러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융합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시스템 전체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퍼머컬처 나무는 퍼머컬처가 이러한 융합적 사고와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 퍼머컬처 꽃(Permaculture Flower)

퍼머컬처 꽃은 퍼머컬처를 적용하는 과정(process)을 보여준다. 퍼머컬처는 하나의 부분에 국한하여 적용하지 않는다. 하나의 부문으로 지속 가능해지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퍼머컬처로 디자인하는 대상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다양한 부분이 상호 연결되어 교류, 소통하고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토지이용과 자연환경의 관리, 환경과 기반의 조성, 기술과 도구의 개발, 문화와 교육의 증진, 건강과 정신적 풍요, 재정과 경제, 토지소유권과 자치 등의 영역에 걸쳐 소용돌이 모양으로 진화할 것을 주문한다. 이러한 모든 영역을 한 번에 디자인하고 한 번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영역에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작게 시작하지만, 연관이 있는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여 적용하고 다시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작고 느리게 보이지만 전체 시스템을 천천히 안정적으로 변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마치 덩굴식물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지지대를 감아 올라가듯이 대상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귀농#귀농귀촌#퍼머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