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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칼럼

퍼머컬처로 여는 시골살이Ⅱ(2)

2부 : 퍼머컬처 적용하기

 

<쉬어가기> 퍼머컬처의 원조는 대한민국 ?

퍼머컬처는 빌 몰리슨과 데이비드 홈그랜에 의해 창시되었다. 이들은 1978년 공동저술한 「PERMACULTURE 1」을 출간하면서 이 개념을 세상에 알렸다. 빌 몰리슨은 호주 남부의 섬 태스매니아섬 출신인데 어부, 선원, 트랙터 운전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가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여 생물학, 환경심리학 등을 공부하고 태스마니아 대학에서 일한다. 그런데 자신의 고향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고도 정착 고향 주민들은 더 가난해지는 것을 목격한다. 이후 고향을 살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전 세계 여행을 다니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전통적인 지혜와 사례를 수집한다. 1974년 만나게 된 제자인 데이비드홈그랜(David Holmgren)과 함께 이러한 지혜와 사례를 하나의 체계를 묶어 퍼머컬처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나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다가 유기농업과 관련한 여러 가지 개념과 방법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으나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논문을 쓰고 나서 농업생산에 있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다가 호주의 크리스탈워터즈 생태마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퍼머컬처가 이 마을에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이 마을에서 운영하는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에 2000년 6월 참가하였다.

이후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에서 일할 때 당시 교장이었던 홍순명 선생님으로부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듣게 된다. 빌 몰리슨이 홍성에 왔었다는 것이었다. 쌀을 먹지 않는 서양인들은 논을 보고 주로 생산량을 묻는데 빌 몰리슨은 이 논이 언제부터 논이었는지를 묻더란다. 농부가 아버지 때에도, 할아버지 때에도 논이었다고 대답하니 빌 몰리슨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홍순명 교장은 그때 빌 몰리슨이 퍼머컬처라는 단어를 조합하게 되었을 것이라 이야기하시며 퍼머컬처의 원조는 한국이라고 이야기했다. 퍼머컬처를 소개한 책에서 동아시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말은 있지만 애석하게도 한국이라는 말은 없어 그 진위를 알 수 없다.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퍼머컬처를 배우기 위해 태스매니아에 가서 빌 몰리슨을 만났는데 빌 몰리슨이 ‘내가 퍼머컬처를 한국에서 배웠는데 너는 퍼머컬처를 배우러 한국에서부터 왔구나’하며 껄껄 웃었다는 이야기를 내게 해주어서 한국이 원조라는 말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또한, 조선시대의 농서를 보면 퍼머컬처와 유사한 내용이 너무나도 많이 나오니 그 또한 간접 증거이기도 하다. 언젠가 태스매니아에 가서 그 진위를 물어보고 조선의 농서 임원경제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구의 정원사 (Global Gardener)로 불리던 빌 몰리슨은 2016년 그의 생을 마감했다.

<참고자료 : https://en.wikipedia.org/wiki/Bill_Mollison>

*참고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조선 후기 농업정책과 자급자족의 경제론을 편 실학적 농서로 풍석 서유구가 산림경제를 토대로 한국과 중국의 저서 900여종을 참고하여 엮어내었는데 농서라고 알려졌지만 전원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에서 기예와 취미까지 기르는 일종의 생활백과사전으로 조선의 브리태니커라고 할 수 있다. 부끄럽게도 조선의 이러한 귀중한 책들이 제대로 번역이 된 바 없었는데 서울대 철학과 출신들이 2003년 번역을 시작, 총 67권중 12권이 출간되었고 2023년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원경제지 완간을 위한 후원회가 있고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www,pungseo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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